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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가정을 극복하고 실제 인간의 의사결정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으로, 심리학과 경제학의 접목을 통해 인간 행동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여러 행동경제학적 이론들이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준점 효과, 회상 용이성, 베르누이 오류, 전망 이론, 소유 효과 등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준점 효과 (Reference Point Effect)
기준점 효과는 경제 주체들이 특정 기준점을 기준으로 손익을 판단해서 의사결정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가장 흔한 예시 중 하나는 주식 투자에서의 기준점 효과입니다. 투자자가 어떤 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수한 경우, 해당 가격은 기준점이 됩니다. 주가가 이 가격보다 상승하면 투자자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주식 A를 80달러에 매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이때 80달러가 기준점이 되며, 주가가 100달러로 상승하면 투자자는 양호한 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가가 60달러로 하락하면 투자자는 손실을 입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의 변동이 아닌 초기 매수 가격이 기준점으로 설정되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는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주식 시장에서는 이러한 감정적인 의사결정이 과거의 가격 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참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회상 용이성 (Availability Heuristic)
회상 용이성은 경제 주체가 결정을 내릴 때 더 쉽게 기억에 떠오르는 정보에 영향을 받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즉, 어떤 사건이나 정보가 쉽게 기억되거나 떠올라서 그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결정에서 회상 용이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봅시다. 만약 의사에게 특정 증상에 대한 진단을 받게 된다면, 의사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다른 환자 중 어떤 사례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때, 의사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에 남는 사례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의사가 최근에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기억이 심리적으로 강하게 남아 있다면, 그 경험이 떠올라서 현재 환자에게 해당 경험을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종종 편향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더 흔한 질병이나 증상이 기억에 더 잘 남는다면, 의사는 그런 질병이나 증상에 대해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위한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상 용이성은 정보에 노출된 정도나 기억의 생생함에 따라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드물거나 특이한 사례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실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베르누이 오류 (Bernoulli's Error)
베르누이 오류는 경제 주체들이 미래의 이벤트에 대한 확률적인 정보를 부적절하게 해석하거나 오인하는 현상을 말하며, 베르누이 오류는 주로 경제적인 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로또는 베르누이 오류가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상황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이 로또에 참여하여 특정 번호를 선택하고 로또 추첨이 진행된다면 그가 당첨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누이 오류로 인해 이 사람은 당첨 확률을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디어에서 당첨자의 이야기가 자주 다루어지고, 그 인상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로또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의 번호가 당첨될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통계적인 개념과 확률 이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일반 대중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망 이론 (Prospect Theory)
전망 이론은 손실과 이익에 대한 주관적 가치 평가가 다르게 형성되는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이익에 대한 만족보다 크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동일한 양의 이익보다 손실이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가지 상황 A와 B가 있습니다.
- 상황 A: 당신은 100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50%의 확률로 50달러를 잃게 될 수 있고, 50%의 확률로 50달러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상황 B: 당신은 이미 100달러를 잃었습니다. 여기에서 50%의 확률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50%의 확률로 100달러를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 A에서 리스크를 회피하려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초기에 이미 소유하고 있는 100달러를 잃을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손실 회피의 특성을 나타냅니다.
반면, 상황 B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미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손실에 무감각해지며,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는 이익 추구의 특성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전망 이론이 손실과 이익을 다르게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개념을 보여줍니다. 이 예시를 통해 전망 이론이 경제 주체들의 특정한 행동 양상을 설명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유 효과 (Endowment Effect)
소유 효과는 개인이 어떤 물건이나 자산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소유에 따른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기인하며, 심리적인 연결과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경제주체라고 가정하는 개념과 대립되는 이론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그 커피잔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커피잔을 단지 음료수를 담는 용기로 생각했던 그 사람은 이제 그 커피잔이 본인의 것이 되었으니 더 많은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 커피잔은 그에게 개인적인 소유감과 연결되어, 그 커피잔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교환하기를 꺼리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 커피잔을 팔려고 한다면, 가진 커피잔에 대해 높은 가치를 느끼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 할 것입니다. 이것이 소유 효과가 작용하는 예시 중 하나입니다.
이런 특성은 합리적인 경제주체로 가정되는 전통적인 경제이론과는 다른 행동양식을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시장에서 가격 협상이나 교환 등에서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과도한 감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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